축구 팬들에게 에콰도르는 해발 2,800m가 넘는 고산 지대의 홈구장에서 남미의 강호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고산지대 축구'의 강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에콰도르 국가대표팀과의 원정 경기는 모든 팀이 기피하는 지옥의 레이스로 꼽힙니다. 하지만 여행자들에게 에콰도르는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명성에 가려진, 안데스산맥의 숨은 진주 같은 나라입니다. 특히 수도인 '키토(Quito)'의 올드타운은 197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했을 만큼,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화려한 바로크 건축물과 원주민 문화가 가장 원형 그대로 보존된 역사적 공간입니다.
처음 키토 올드타운에 발을 디디면 사방을 둘러싼 웅장한 성당들과 화려한 파스텔톤 골목길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해발 2,850m라는 고도가 주는 신체적 압박과 남미 특유의 치안 불안 요소를 간과했다가는 여행 첫날부터 고산병으로 쓰러지거나 불미스러운 소소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낯선 안데스의 고산 도시에서 몸을 보호하고, 골목 구석구석 숨겨진 스페인풍 건축의 미학을 가장 안전하게 탐방하는 도보 코스와 현실적인 고산병 극복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고산지대 도보 여행의 대원칙: 천천히 걷기와 첫날의 휴식
키토 공항에 내려 올드타운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관광을 시작하는 것은 고산병을 자초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평지에 살던 사람이 산소가 30%가량 부족한 해발 2,850m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고 미세한 두통이나 무기력증이 찾아옵니다. 제가 처음 키토에 도착했을 때도 평소처럼 캐리어를 끌고 가벼운 언덕을 올랐다가, 순식간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어지러움이 몰려와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키토 올드타운을 안전하게 걷기 위한 첫 번째 준비는 '모든 동작을 평소의 절반 속도로 하는 것'입니다. 첫날은 무리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올드타운의 중심인 '독립 광장(Plaza de la Independencia)' 주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코카 차(Coca Tea)를 마시며 현지 기압에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안데스 원주민들이 고산병을 이겨내기 위해 마시던 코카 차는 혈액 순환을 돕고 두통을 완화하는 데 실제로 큰 도움이 됩니다.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마시고 대사 활동을 저하시키는 알코올이나 과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산병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튿날부터 활기찬 도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백색의 미학과 황금빛 내부, 성 프란치스코 성당과 라 컴파니아
고산 기후에 몸이 어느 정도 적응했다면 본격적으로 키토 올드타운의 핵심 건축물들을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독립 광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은 남미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이슬람-스페인 융합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거대한 백색 광장 뒤로 솟아오른 쌍둥이 탑은 안데스의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화려한 시각적 웅장함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그 옆 골목에 위치한 '라 컴파니아 성당(Iglesia de la Compañía de Jesús)' 내부에 숨어 있습니다. 외관은 정교한 화산암 조각으로 장식되어 다소 어두워 보이지만,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성당의 벽면과 천장, 제단 전체가 무려 7톤에 달하는 순금 박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식민 정부가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이 화려한 유산은, 찬란한 예술성 뒤에 숨겨진 남미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라 컴파니아 성당 내부를 관람할 때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신성한 종교 시설인 만큼 모자를 벗고 정숙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두운 내부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황금빛에 취해 소지품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우므로, 가방은 항상 몸 앞쪽으로 매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남미 올드타운에서 내 지갑을 지키는 현실적인 안전 수칙
키토 올드타운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름다운 유산이지만, 동시에 복잡한 시장과 빈민가가 인접해 있어 도보 여행자를 노리는 소매치기와 린치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안전하게 도보 여행을 마치기 위한 현실적인 치안 팁 세 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파네시요 언덕(El Panecillo)' 도보 등반 절대 금지입니다. 올드타운 어디서나 보이는 거대한 날개 달린 성모상이 있는 파네시요 언덕은 키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올드타운 골목과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걸어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이 계단 지대는 현지 경찰들도 상주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우범 지역입니다. 낮 시간이라도 계단 중간에서 무장 강도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언덕을 오를 때는 반드시 숙소에서 호출한 정식 택시(노란색 택시와 주황색 번호판 확인)나 차량 공유 앱을 이용해 정상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둘째, '오물 테러' 및 시선 분산 상술 대처법입니다.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누군가 내 옷이나 가방에 새똥, 혹은 소스를 몰래 묻힌 뒤 친절하게 닦아주는 척 접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당황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닦는 순간, 공범이 가방을 통째로 들고 도망칩니다. 만약 주행 중 몸에 무언가 묻었다는 느낌이 들거나 누군가 과도한 호의를 베풀며 접근한다면, 그 자리에 서지 말고 즉시 주변의 큰 은행이나 관공서, 혹은 제복을 입은 관광 경찰(Policía de Turismo)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셋째, 일몰 후의 철수입니다. 키토의 올드타운은 해가 지고 나면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골목길이 매우 어두워집니다. 낮에는 활기차던 공간이 밤에는 범죄의 사각지대로 변하므로, 오후 6시 전후로 해가 지기 시작하면 도보 이동을 멈추고 안전한 신시가지(라 마리스칼 등)의 숙소로 이동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핵심 요약
해발 2,850m의 고산 도시 키토에서는 첫날 무리한 도보 이동을 피하고 코카 차를 마시며 기압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라 컴파니아 성당은 7톤의 순금으로 장식된 남미 바로크 예술의 정수이나, 내부 소지품 분실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파네시요 언덕 전망대는 도보 계단 이동 시 강도 위험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인증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일몰 후에는 올드타운 도보 이동을 금해야 안전하다.
다음 편 예고 다음 8편에서는 유럽의 월드컵 진출국이자 발칸반도의 아픈 손가락,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떠납니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피어난 중세의 미학을 간직한 도시, '모스타르'의 다리 주변 소도시들을 당일치기로 안전하게 탐방하는 동선과 팁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펼쳐진 백색의 성 프란치스코 광장과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운 화려한 황금 장식 중, 여러분은 키토 올드타운의 어떤 반전 매력에 더 마음이 이끌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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